양준일과 마이클 잭슨의 또 다른, 음 그러니까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공통점? 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그런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비틀즈의 Come Together 를 커버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작년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내가 아마 한국에 있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양준일의 팬미팅에 갔을거다. 암표를 구해서라도. 나는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콘서트인 This is it의 암표를 구하던 중에 그의 비보를 접하고 거의 1년을 우울해했었다. 그런데 슈가맨을 보고 나서, 이번에 후회 아닌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이걸 참 가고 싶다... 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튼, 나중에 팬미팅 영상이 올라오는 걸 보는데, 앵콜곡이 Come Together인 걸 보고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첫 번째로, 마이클이 사랑했던 이 곡을 이 사람도 사랑하는구나. 정말 놀라우리만치 비슷하구나. 두 번째로, 그걸 한 옥타브 내려서 커버할 생각을 하다니, 이게 말로는 참 단순한 것 같은데 정작 하기는 정말 쉽지 않은 시도인데. 정말 이 사람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도. 곡의 키를 바꾸기는 해도 아예 옥타브를 하나 바꿔버리는 건 곡의 느낌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자주 시도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양준일은 "그렇기 때문에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다 해쳐버리고 뒤집어서 그냥 본인의 색으로 완전히 재해석해서 들고 나왔다. 더 소름돋았던 건, 노래와 분위기, 의상과 춤 모두가 완연히 어우러지더라는 것이다.
아마도 그가 여전히 보여주지 않은, 그러나 평소에 이미 지니고 있던 생각과 커버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을거다. 일례로 배철수 잼에서 선보인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s가 있다.
일단은 아래에 순서대로 양준일, 마이클 잭슨, 그리고 비틀즈의 Come Together 를 링크한다. 이야기는 각 영상 다음에 이어서 하겠다.
컴투게더 원곡 자체는 굉장히 모호한 느낌의 곡이다.
가사의 라임도 괴상하리만치 대단하고 비트나 멜로디도 뭐라 정의하기 약간 어려운 느낌의 곡인데, 이러한 점들이 오히려 재해석할 수 있는 공간과 여지를 넓게 남겨둔다고도 볼 수 있다. 비틀즈가 의도했던 그렇지 않았던, 이런 면에서 천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그걸 뒤집어서 양준일식의 컴투게더를 만든 것 또한 정말 대단한 일이다. 양준일은 어찌 보면 "J에게" 에서도 선보였듯이, 어떤 곡을 아예 뒤집어서 새로운 느낌을 살려내는 일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 보인다.
그가 JTBC 특집에서 이 의상을 고르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대를 꾸며나가는 지 알 수 있다.
'옷이 나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게 그가 옛날에 활동하던 시절에도 스스로 의상을 고르고 구상하던 이유였으리라. 한 옥타브 낮은 컴투게더와, 살짝 느린 템포. 그리고 그에 걸맞은 다소 퇴폐스러운 저음. 멈춤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분위기. 어찌보면 이 음산한 컴투게더는 그의 커버에서밖에 찾지 못하는 특이성이기도 하다.
무대를 보라. 홀로이되 혼자이지 않다. 빨간색이 주는 강렬함부터 시작해서, 이 무대를 어떻게 꾸미고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 지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 혼자서 모든 무대 공간을 다 쓴다. 공간을 쓴다는 건, 굳이 그 공간에 발을 들이지 않아도, 비워두어도 때로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빨간 코트에 뿔테는 20대의 양준일에게서도 찾을 수 있는 코디이지만, 그 때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지금이 무서우리만치 잘 어울린다. 삶의 고통을 다 겪고 비워내고 다시 채워넣어지는 그의 에너지와 마인드가 오히려 더 '큰' 양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이클이 스스로 옷을 디자인하고, 무대를 기획하고, 곡을 디자인하고. 그렇게 모든 것이 모여 한 방향으로 가는 예술을 지향했었는데, 양준일도 그 비슷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양준일이 마이클만큼 뛰어나고 위대한 뮤지션이냐 묻는다면, 그것은 예스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방향은 같아 보인다. 이제 향후 그의 행보에 달려 있다.
마이클의 컴투게더는 원곡보다 템포가 더 빨라지고, 더 에너지가 넘친다. 비교적 젊은 시절의 마이클이라, 뮤직비디오 자체도 굉장히 역동적이고, 그가 추는 춤 또한 폭발적이다. 나는 이 버전도 굉장히 좋아한다. 오히려 힘이 좀 빠졌을 때 들으면 굉장히 끓어오르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될까. 약간은 Dirty Diana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커버인데, 어떻게 보면 이제는 그의 어떤 모습이든 다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슬프기도 하다. 내게는, 그가 생전에 나이가 들었을 때에도 약간의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곡이었다.
뭐, 마이클 잭슨은 그 자체로 장르인 사람이니까. 긴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본다.
이 곡은 비틀즈 멤버들간의 불협화음이 있던 당시에, 기타리스트였던 조지 해리슨의 한 마디로부터 시작된 곡이다. 이 곡의 후렴구에 해당하는 "Come together, right now, over me" 인데, 자, 가자. 지금 당장. 나랑 같이. 정도가 되겠다. 그에 힘입어 존과 폴이 완성한 곡이다. 각 절은 순서대로 링고 스타, 조지 해리슨, 존 레논, 폴 맥카트니를 표현했다는 설이 있는데, 제법 그럴 듯한 이야기라고 본다. 결국 다 같이 잘해보자라는 취지의 곡인데, 그걸 위의 두 양반은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양준일의 컴투게더가 좋은 것은, 보통 한국인이라면 발음에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서, 그 노랫말 자체를 완벽히 이해하기도 힘든데 발음까지 신경쓰고 하다 보면 이 곡을 완연히 전달하는 데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헌데 양준일은 그럴 필요가 없으니. 그런 의미에서도 착 붙는 컴투게더가 아니었을까 싶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이 무대를 라이브로 눈앞에서 보고 싶다.
참조: 가사는 아래와 같다.
Here come old flat top
He come groovin' up slowly
He got joo joo eyeballs
He one holy roller
He got hair down to his knee
Got to be a joker
He just do what he please
He wear no shoeshine
He got toe jam football
He got monkey finger
He shoot Coca-Cola
He say I know you, you know me
One thing I can tell you is
You got to be free
Come together, right now
Over me
He bad production
He got walrus gumboot
He got Ono sideboard
He one spinal cracker
He got feet down below his knee
Hold you in his armchair
You can feel his disease
Come together, right now
Over me
He roller coaster
He got early warning
He got muddy water
He one Mojo filter
He say one and one and one is three
Got to be good looking
'Cause he's so hard to see
Come together right now
Over me
Come together, yeah
Come together, yeah
Come together, yeah
Come together, yeah
Come together, yeah
Come together, yeah
Come together, yeah
Come together, yeah
Come together, 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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