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한국의 과학 기사의 수준은 현저히 질이 떨어진다. 과학 기사라 부를만한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과학자가 쓰는 칼럼이나 사설이 아니라면 (심지어 그마저도 폴리페서들이 본인들의 포장을 위해 쓰는 그런 질 낮은 사설 말고) 일단 20% 정도만 믿는 게 좋다. 80%는 과장이나 허위사실인데, 이는 과학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지한 국민들의 지식 범주를 역으로 이용하는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
"백신 개발이 눈앞이다, 효과 확인했다, 이 분야 권위자인 누구누구 연구팀이 항체 생성을 확인했다."
일단 기사는 믿지 말라. 별로 의미 없다. 예를 들면, 항체 생성을 확인한다는 건 정말이지 쓸데없는 소리다. 항체는 일단 병에 걸리면 자연스럽게 몸에서 생성된다.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가진 사람이라면 항체가 생기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 항체 생성을 확인했다는 건 그냥 국민 정서상 과학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일단 쓰고 선동하고 보는 행위에 불과하다.
백신 개발이 눈앞이다. 라는 건 더더욱이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진단키트와는 완전히 다르다.
진단 키트는 사람의 몸에서 샘플을 채취해서 몸 밖에서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념적으로 사람에게 위험성이 없다. 따라서 진단 키트는 승인이 쉽다. 물론 당연히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단지 민감도, 특이도 등의 '성능'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에 그친다.
그러나 백신은 '약'이고,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 몸에 들어가게 되면, 그것이 본래 목적만을 충실히, 문제 없는 범위에서 수행하느냐를 검증해야 한다. 첫째로 동물실험을 통과해야 하고, 종국에는 사람에게 직접 '실험'을 해서 안전성을 입증하게 되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러한 단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기본적으로 크게 6단계로 나뉜다고 생각하면 된다.
1단계: 기초연구. 시험관 및 동물에서 효용성 테스트 및 기초 결과 축적
2단계: 전임상 시험 (pre-clinical trial). 1단계의 결과를 바탕으로 동물에게 효용성을 테스트한다.
3단계: 임상 시험 (clinical trial). 임상 1상, 2상, 3상으로 나뉜다. 정상인 및 환자에게 직접 약을 테스트한다. 즉, '사람'으로 실험을 한다. 각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실험을 하는데,
- 1상: 안정성 평가
- 2상: 효능을 평가하여, 최적의 복용량에 대한 연구
- 3상: 효능 및 안정성 확인
성공률은 제법 낮은 편이다. 각 단계에서 약 70%, 30%, 25%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는데, 3상까지 다 통과해서 성공한다는 것은 총 10% 미만으로 성공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림잡아 계산하면 약 5% 정도. 10개의 테스트에서 1개도 안 되는 확률이라는 것.
이게 일반적인데, 임상에서 주로 3년에서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전임상에서도 1~3년 정도가 소요된다. 그 후에 FDA 심사를 거치는데, 이 과정도 1년에서 2년 정도 소요되는데, 이를 전반적으로 아울러 봤을 때, 최소 5년에서 최장 20년정도까지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긴급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긴급시행을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정성 평가를 건너뛰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없는 노릇' 이 아니라, 그렇게 안 한다. 긴급하다고 해서 사람 몸에 안전한지 아닌지를 건너뛰고 시판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백신이 나온다는 전망이 있는데, 꿈 깨자. 그럴 일 없다. 동물실험 사람실험이 그렇게 간단히 빨리 끝나는 게 아니다. 실험실 수준에서 동물실험을 해도 한참 걸리는 판국에 스케일을 키워서 롱텀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분석한다면, 그리고 그 후에 다시 사람에게 진행하여 임상 1,2,3상을 거친다면.
그게 올해 안에 될 리가. ㅋ.
이런 질 낮고 덜떨어진 기사들에 휘둘리지 말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믿기지 않는다고? 구글에 FDA approval process 를 검색해서 직접 읽어보라. 이젠 기사를 믿을 때가 아니다. 본인의 지적 능력을 믿고, 직접 찾아나서라. 이미 기사와 언론은 신뢰할 가치를 잃은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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